봉달 귀신, 혹은 봉다리 귀신 이야기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밤길을 떠도는 존재, '봉달 귀신' 또는 '봉다리 귀신'을 들어보셨나요?
한국의 도시전설과 괴담 가운데에는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나타나거나, 봉지를 질질 끌며 사람에게 다가온다는 기괴한 귀신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무더운 여름밤이면 더욱 소름 돋는 이야기로 자주 회자되는 괴담이기도 하죠.
지금부터 많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밤길 봉달 귀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밤 11시, 골목길에서 들려온 봉다리 소리
몇 년 전, 시골 외할머니 댁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던 대학생 A가 직접 겪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동네는 밤이 되면 가로등이 몇 개 없어 골목길이 몹시 어두웠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풀숲이 길게 이어져 있어 밤이면 누구나 서둘러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날도 A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마치고 밤 11시가 다 되어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덥고 습한 여름밤.
그때 골목 끝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스슥... 스스스륵..."
처음에는 바람에 비닐봉지가 굴러가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고, 그 소리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점점 더 빠르게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슥...
스스스륵...
스슥...
A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골목 중간쯤 이르렀을 때, 코너 너머 가로등 아래에서 마침내 그 소리의 정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형체
희미한 가로등 아래.
사람 키만 한 검은 형체 하나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습니다.
몸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군데군데 비틀린 듯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머리에는 핏빛 얼룩이 번진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더 소름 끼쳤던 것은 봉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봉지 안에서 누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비닐이 안으로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부풀어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소리.
"스슥... 스르륵..."
A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옆으로 지나가려는 순간.
검은 봉지가 갑자기 A를 향해 휙 돌아섰습니다.
정확히는 얼굴이 아니라 봉지의 정면이 A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고 빠른 숨소리를 내며,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 봉지 틈새에서 마주친 눈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몸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귀신이 턱밑까지 다가왔을 때.
찢어진 비닐봉지의 작은 틈 사이로 안쪽이 잠깐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얼굴이 없었습니다.
대신 피로 흠뻑 젖은 커다란 눈알 하나가 비닐 안쪽에 바짝 붙은 채 A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눈동자는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봉지 안에서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지... 집까지... 담아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A는 마치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고 있던 가방도 그대로 내팽개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까지 전력으로 달렸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잠그고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떨고 있었다고 합니다.
🚪 다음 날 아침의 흔적
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에야 겨우 현관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A는 또다시 숨이 멎을 만큼 놀랐습니다.
현관문 손잡이에 낡고 때가 잔뜩 묻은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달랑달랑 걸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봉지에서는 비릿한 피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고, 겉면에는 손톱으로 눌러 찢은 듯한 작은 구멍들이 여러 개 뚫려 있었습니다.
마치 봉지 안에 있던 무언가가 밖을 내다보기 위해 안쪽에서 구멍을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A는 그날 바로 자취방을 정리했습니다.
복비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다시는 그 골목 근처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늦은 밤 혼자 골목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스스륵..." 하는 비닐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곧장 사람이 있는 밝은 곳으로 뛰어가십시오.
어쩌면 봉달 귀신이 당신의 머리에 씌울 검은 봉지를 들고,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